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된장·간장의 향이 숙성되며 달라지는 휘발성 물질의 변화

by whatever- 2025. 11. 27.

된장,간장의 향이 숙성되며 달라지는 변화

된장·간장의 향이 숙성되며 달라지는 휘발성 물질의 변화

된장과 간장은 한국 밥상에서 빠질 수 없는 대표 발효 식품입니다. 같은 콩으로 시작했지만, 숙성 기간발효 환경, 미생물 활동에 따라 향과 맛이 완전히 달라지죠. 이때 우리가 “구수하다”, “깊다”, “깔끔하다”라고 느끼는 차이는 사실 휘발성 물질(volatile compounds)의 변화에서 비롯됩니다.

한 줄 요약
된장·간장의 향은 시간이 지날수록 단순한 콩 냄새에서 벗어나, 알코올·산·에스터·황화합물 등 수백 가지 휘발성 물질이 복합적으로 섞이면서 더 깊고 입체적인 향으로 성숙해 갑니다.

이 글에서 다룰 내용

1. 휘발성 물질이란? 왜 향에서 중요할까

우리가 음식의 향을 맡을 수 있는 이유는 공기 중으로 쉽게 날아가는 물질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성질을 가진 화합물을 휘발성 물질(volatile compounds)이라고 부르죠.

된장·간장 속 콩 단백질과 지방이 분해되는 과정에서 수많은 휘발성 물질이 만들어지고, 이것이 코로 들어와 뇌에서 “구수하다”, “짭조름하다”, “고소하다” 같은 향으로 인식됩니다.

  • 알코올류: 향을 부드럽게 해주고, 숙성된 느낌을 줌
  • 유기산: 새콤함·상큼함·발효된 느낌을 담당
  • 에스터류: 과일향, 달큰한 향을 내는 주요 물질
  • 황화합물: 구수한 향, 때로는 강한 발효 냄새의 원인
  • 피라진류: 볶은 콩, 견과류 같은 고소한 향을 형성
TIP. 우리가 “향이 올라온다”라고 표현하는 것은, 바로 이 휘발성 물질들이 공기 중으로 충분히 증발해 코에 잘 닿고 있다는 뜻입니다.

2. 된장·간장의 발효와 숙성: 향의 출발점

된장과 간장은 기본적으로 콩, 소금, 물, 미생물이 만들어내는 결과물입니다. 특히 메주를 띄우는 과정에서 곰팡이·세균·효모가 콩 속 영양소를 분해하면서 다양한 향의 전구물질을 만들어냅니다.

1) 발효(fermentation) 단계

발효 초반에는 아미노산, 유기산, 단맛 성분이 만들어지는 시기입니다. 이때 향은 아직 거칠고, 콩 삶은 냄새·짭조름한 냄새가 더 강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 단백질 → 아미노산·펩타이드로 분해
  • 탄수화물 → 젖산·초산 등 유기산과 약간의 알코올 생성
  • 지방 → 지방산으로 분해되며, 이후 향의 재료가 됨

2) 숙성(maturation) 단계

일정 기간이 지나면, 단순히 분해된 상태에서 멈추지 않고 새로운 화합물로 재결합하는 숙성 단계로 접어듭니다.

이때 아미노산과 당이 만나 마이야르 반응과 같은 복잡한 반응을 일으키고, 고소하고 구수한 향을 가진 휘발성 물질들이 계속해서 늘어납니다. 또한 효모가 만들어낸 알코올, 산과 결합해 에스터류 향도 생성됩니다.

3. 숙성 초기 VS 중기 VS 장기 숙성, 향의 변화 단계

실제로 전통 장류를 연구한 결과들을 보면, 숙성 기간에 따라 휘발성 물질의 종류와 양이 뚜렷하게 달라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를 이해하기 쉽게 세 단계로 나눠볼 수 있습니다.

숙성 단계 향의 특징 주요 휘발성 물질 경향
초기 (0~3개월) 콩 삶은 냄새, 짭조름하지만 다소 거친 향 알코올·유기산 생성 시작, 고소한 향은 약함
중기 (3~12개월) 구수·고소함 증가, 된장·간장다운 향이 살아남 피라진류·에스터류 증가, 향의 복합도 상승
장기 (1년 이상) 깊고 농후한 향, 약간의 캐러멜·견과·나무향 마이야르 반응 산물 증가, 황화합물·고급 알코올 등 다변화

물론 정확한 기간은 온도, 소금 농도, 햇빛, 항아리 재질 등 환경에 따라 달라지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향은 단순함 → 복합적 → 농후함의 방향으로 진화하는 것이 공통적인 특징입니다.

4. 대표적인 휘발성 물질 종류와 향의 특징

된장·간장에 들어 있는 휘발성 물질은 수십~수백 가지에 이르지만, 향의 성격을 이해하는 데 자주 언급되는 계열만 간단히 정리해 보겠습니다.

1) 알코올류 (Alcohols)

효모가 당을 분해하면서 만들어내는 에탄올, 고급 알코올 등이 여기에 속합니다. 알코올류는 다른 물질들과 결합해 향을 부드럽게 하고, 숙성된 느낌을 더해 줍니다.

2) 유기산 (Organic acids)

젖산, 초산 등은 된장·간장 특유의 약간 찌르는 듯한 발효 향과 함께, 짭조름함 뒤에 느껴지는 산뜻함을 만들어 줍니다. 적당한 산은 느끼함을 잡고, 감칠맛을 더 뚜렷하게 느끼게도 합니다.

3) 에스터류 (Esters)

에스터는 과일 향, 달큰한 향의 핵심입니다. 발효 과정에서 만들어진 알코올과 유기산이 결합해 생성되며, 간장이나 된장을 맡았을 때 은은하게 올라오는 달콤·부드러운 향에 기여합니다.

4) 황화합물 (Sulfur compounds)

황화합물은 양파·마늘·파에도 많은데, 된장·간장에서도 매우 강하고 개성 있는 발효 향을 만드는 주인공입니다.

  • 적당하면: 구수하고 깊은 향
  • 너무 많으면: 퀴퀴하고 자극적인 냄새로 느껴질 수 있음

숙성이 안정적으로 진행된 장은 이 황화합물의 양과 종류가 균형을 이루며 “향이 깊고 부담스럽지 않은 상태”를 만들어냅니다.

5) 피라진류 (Pyrazines)

피라진은 볶은 콩, 견과류, 구운 곡물을 떠올리게 하는 고소한 향의 핵심 성분입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마이야르 반응이 계속 진행되며 이 피라진류가 늘어나, 숙성 장의 구수하고 중독적인 향을 만듭니다.

5. 집에서 숙성 향을 잘 살리는 보관 팁

이미 숙성된 장이라도 보관 방법에 따라 향의 변화 속도와 방향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다음의 간단한 습관만 지켜도, 된장·간장의 향을 오래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습니다.

  • 1) 온도 관리 – 직사광선을 피하고, 너무 덥지 않은 서늘한 곳이나 냉장 보관을 권장
  • 2) 공기 접촉 최소화 – 사용 후 표면을 평평하게 정리하고, 랩·뚜껑으로 공기를 최대한 차단
  • 3) 오염 방지 – 젓가락이나 숟가락을 깨끗이 씻고 물기를 제거한 뒤 사용
  • 4) 냄새 흡착 주의 – 냉장고 안 다른 냄새가 섞이지 않도록 밀폐 용기 사용
TIP. 전통 항아리에 담긴 장이 향이 좋은 이유는, 숨 쉬는 그릇 특성 덕분에 적당한 가스 교환이 일어나면서 발효가 지나치게 폭주하지 않고 안정적으로 진행되기 때문입니다.

6. 향을 통해 좋은 된장·간장을 고르는 법

실제로 마트나 시장에서 장을 고를 때도, 휘발성 물질의 균형을 향으로 느껴볼 수 있습니다. 다음의 기준을 기억해 두면 도움이 됩니다.

1) 첫 향: 콩 냄새 vs 구수한 숙성 향

뚜껑을 열었을 때 콩 삶은 냄새가 강하게 올라오고 향이 단조롭다면, 아직 숙성 기간이 짧거나 충분히 익지 않았을 가능성이 큽니다. 반대로, 콩 향이 바탕에 깔리면서도 견과류·나무·약간의 캐러멜 느낌이 함께 느껴진다면 여러 휘발성 물질이 잘 형성된 장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2) 자극감 vs 부드러움

코를 찌를 정도로 톡 쏘는 냄새가 강하면, 산·황화합물 비율이 과도하거나 발효·보관 과정이 불안정했을 수 있습니다. 좋은 장은 향이 강하더라도 콧속을 긁는 느낌 없이, 부드럽게 퍼지는 방향으로 느껴집니다.

3) 시간에 따라 변하는 뉘앙스

된장·간장을 조금 떠서 손등에 얹거나, 그릇에 담아 놓고 1~2분 정도 두었을 때 향이 어떻게 변하는지 느껴보세요.

  • 처음: 짭조름한 소금 향, 콩 향
  • 조금 뒤: 고소한 향, 달큰한 느낌, 구수한 발효 향
  • 마지막: 나무·견과류·약간의 말린 과일 같은 깊은 향

시간이 지날수록 향의 레이어가 풍부하게 변한다면, 다양한 휘발성 물질이 균형 잡힌 숙성을 거쳤다는 신호입니다.

7. 마무리: 시간이 만든 향, 숙성의 과학

된장·간장의 향은 단순히 “냄새가 좋다, 나쁘다”의 문제가 아니라 발효와 숙성의 역사가 담긴 결과물입니다. 처음 메주를 띄우는 순간부터, 미생물은 콩 속 단백질·지방·탄수화물을 분해하고 재조합하며 수많은 휘발성 물질을 만들어냅니다.

숙성이 진행될수록:

  • 알코올·유기산·에스터가 향의 부드러움을 더하고
  • 피라진류가 고소하고 구운 듯한 느낌을 살려 주며
  • 적당한 황화합물이 깊고 구수한 장 향을 완성합니다.

우리가 장독대 뚜껑을 열었을 때 느끼는 그 “묵직한 구수함”은, 결국 시간·환경·미생물·사람의 손길이 함께 만든 향의 조합입니다. 다음 번에 된장찌개를 끓이거나 간장 양념을 만들 때, 그 뒤에 숨은 휘발성 물질과 숙성의 과학을 한 번 떠올려 보세요. 같은 장이라도 조금 더 천천히, 깊게 향을 즐기게 될 것입니다.

*이 글은 전통 장류의 발효·숙성 과정에 대한 일반적인 식품 과학 지식을 바탕으로 한 설명이며, 제조사·숙성 조건에 따라 세부 향 구성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